The Names: Until a record is being produced
중∙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는 가수의 신보 발매 날은 유난히 설레는 순간 중 하나였다. 그날이 오면 결연한 마음으로 학교에 가서 틈날 때 마다 시간을 확인하고 수업이 끝나면 부리나케 인근 레코드가게에 달려갔다. 긴 기다림 끝에 음반과 포스터 등을 손에 넣어서 집에 돌아오는 길은 왜 그렇게 더뎠는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마치 승리의 전리품과 같은 CD에 행여나 흠집이 날까, 온 신경을 기울여 케이스의 틈새나 포장 비닐의 뜬 사이로 칼집을 넣고 비닐을 벗겨낸다. 그리고 조금 뻑뻑한 케이스를 열면 지문하나 없이 반짝거리는 CD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손을 한껏 벌려서 조심스럽게 가장자리를 잡고 CD 플레이어에 넣는다. 음악이 시작되면 나는 북클릿을 열심히 보기 시작한다.
북클릿에서 내가 가장 먼저 읽었던 것은 언제나 ‘Thanks to’ 였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나열된 그 기록을 보며-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좋아하는 가수와 그들의 관계를 예측하는 것이 나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전에 나왔던 이름이 또 나오거나 이번에 새로 언급된 이름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었다. ‘Thanks to’를 다 읽고나면 ‘Credits’ 차례였다. 사진 ○○○, 제작 ○○○, 의상 ○○○ 등. 이 이름들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로 주의 깊게 봤던 부분이다. 그리고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다음 그 이름들 중 실제로 만난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이 기억은 나로선 꽤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으로 귀결된다.
‘하나의 음반이 만들어지기까지’
본 아카이브는 그 이름들에 주목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하나의 창작물을 완성하기 위해 모인 전문가들과 그들의 이름, 음악이 탄생하고 확산되며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와 과정 속에서 주목되지 않았던, 혹은 되새길 필요가 있는 뮤지션과 음반사, 예술가 등을 재발견하여 기록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음악이라는 커다란 장르 안에 형성된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그 노력들과 발자취를 찾아 숨겨져 있었던 가치를 드러내며 그 시간에 좀 더 주목하여 세밀하게 조망하는 것이다.
그간 음악계에서는 음악가와 음반을 중심으로 다룬 유의미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하나의 음반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좀 더 깊게 뜯어보기에는 여유가 없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음악 산업의 이면에 있는 이야기들과 다양한 협업 속에서 시도되었던 실험, 그리고 그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대중들과 공유하는 것은 한국 대중 음악사를 풍부하게 하는 것을 넘어 창작가 즉, 예술과 예술인들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Credit
기획 및 제작
복숭아꽃
디자인
김규호
글
장덕_정우영, 안치행_구본영, 구본창_전가경
영상
권준엽
자료제공
장원, 안치행, 구본창, 구본영, 오석근
주최
서울음악창작지원센터
주관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후원
서울특별시
Thanks to...
故장현님의 아들이자 故장덕님의 조카인 장원님.
‘싱어송라이터 장덕을 그리는 사람들’의 김상은님
안치행 선생님, 구본창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제작연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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